비노바 바베의 생애를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그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절 인도의 브라만 계층에서 태어났습니다. 간디의 제자를 자처하며 '부단 운동'을 이끌었던 선구자였습니다. 아시아의 노벨상 격인 막사이사이상 최초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당시 누구도 성공을 예상치 못한 역발상을 몸소 실천해 기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20년간 넓은 인도 대륙을 8천Km나 걸어다니며 대지주들을 설득해 자발적인 토지 헌납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가 주창한 6형제론은 신선한 발상입니다. 당시 인도 가정은 평균 5형제를 뒀습니다. 어느 나라든 부모가 자식들에게 유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지주들에게 자식을 1명 더 두었다고 생각해 6등분을 한 뒤 6분의 1만큼 가난한 이들에게 토지를 헌납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 자신은 카스트 계급의 최상위 계층으로서 충분히 안락하게 누리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촉천민인 하리잔들과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신의 눈에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했어도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하면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비노바 바베처럼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 운동가나 자선단체ᆞ NGO들이 있습니다. '캘커타 성녀'라 불리는 마더 테레사나 수단에서 활동한 고 이태석 신부 같은 모범적인 종교인들도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구촌 오지에서 각자의 재능으로 헌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든 서로 가진 재능이 다르고 특별한 재주가 있으므로 가능한 일입니다.
비노바 바베는 땅을 가진 대지주들을 부드러운 말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설득했습니다. 인도의 경작지 3억 에이커 가운데 5천만 에이커를 헌납받겠다는 그의 구상은 아가페적인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헌납을 받은 땅은 기름진 땅, 척박한 땅, 위치가 좋은 땅, 맹지 등 사연이 많았습니다.
그를 오해하거나 시기ᆞ 질투를 일삼아 사사건건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세력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여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시대ᆞ 어느 장소에나 있습니다. 예수께 침을 뱉는 사람도 있을 만큼 인간 세상에는 마음이 병든 사람도 함께 존재합니다. 올바른 일을 위해 헌신했던 그의 생애는 시기와 질투를 잠재울 만큼의 높은 신념과 열정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누구나 최초의 스승은 어머니라고 합니다. 비노바 바베는 다양한 독서를 한 인물로도 유명한데 어쩌면 러시아의 톨스토이 작품 '부활'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벤치 마킹을 시도했을지도 모릅니다. 남자 주인공이 토지를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나 봅니다. 누가 먼저 생각했든 문제는 실천입니다 생각이나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천이 없으면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비노바 바베가 헌납 받은 땅이 영국의 스코틀랜드 면적과 비슷합니다. 웬만한 작은 나라보다 훨씬 큽니다. 대지주들에게 '토지를 헌납하는 것은 신께 드리는 예물 야즈나'라고 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지구상 모든 종교의 특징 중 하나는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말라'는 부분입니다. 부자들에게 '베푸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공의'라고 얘기한 부분도 감동적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칼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어느 시대나 부자들은 높고 견고한 성 안에 있습니다 가난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 안으로 들어갈 문이 없습니다. 극빈자들은 삶 자체가 사방의 벽에 갇힌 것과 같이 답답하고 암울합니다. 빌 게이츠처럼 천문학적인 부를 이룬 사람들이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부자들은 대개 '자기 보존 본능'에만 충실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미 가진 곳간을 꼭 닫아두고 삽니다 그 곳간의 넓이는 끝이 없어서 채우지 못한 것들을 더 탐하게 됩니다.
지구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를 일구어 사는 이들이 많지만 당장의 끼니가 없는 사람들이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많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버티듯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난한 부모를 만난 것일 수도 있고 그들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기심으로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주변 사람들이 쪽문이라도 열어주어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삶을 버리는 비극을 줄이거나 희망이 느껴지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복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정치권 복지 정책도 그렇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그렇습니다. 인도의 부단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복지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도시가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의 시민으로부터 시작된 '행복한 동행'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운동입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정치권이나 제도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평범한 시민들 또는 이웃들이 따뜻하게 보살피기 위해 자발적으로 1인 1천 원을 기부하는 활동입니다
돈의 액수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어른이든 유치원생이든 함께 동참하게 됩니다. 1인이 10계좌를 후원하기 보다는 1천 원씩 10명이 참여하면 더욱 의미가 깊어집니다. 특히 동참하는 어린이에게는 돈보다 가치있고 아름다운 일들이 많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됩니다.
행복한 동행은 경기도 이천이 발원지가 되었습니다. 정부가 모든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재원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낭비되는 돈도 있어서 그럴 겁니다.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서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목마른 대지를 적실 것입니다. 갈증에 허덕이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생기를 줄' 행복한 동행'입니다. 이천시는 국회와 언론사들이 후원하는 '사회 공헌 대상'을 7월 9일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받았습니다.
함께 옳은 일 ,긍정적인 일, 정의로운 일, 미래 지향적인 일에 손잡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세대를 초월한 '행복한 동행'의 벗들입니다. 이천시청이 법적 기준에 맞게 기금을 알차게 운영할 겁니다 정부 감사도 받을 것이며 시민 단체 '경기 참여 연대'의 가족들이 참여하여 검증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귀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분들께 믿음을 주고 오랫동안 함께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엊그제 외국의 어느 사업가에게 행복한 동행을 소개했더니 극찬을 하며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자신의 고국에 가서 자선 재단을 설립할 텐데 설립하는 사람들부터 행복한 동행을 자신의 나라에 맞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정치나 경제 상황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인간의 따뜻한 본성은 어디에서든 통하니 반드시 그 나라에서도 성공하리라 봅니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두레니 향악ᆞ계 등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있는 민족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품격있는 삶을 살다간 전례를 보았습니다.
경주 최 부자 가문만 해도 '높은 벼슬을 멀리하고 길손을 후히 대접하며 흉년에는 땅을 사들이지 말라' 했습니다. 흉년에는 사방 백리에서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했던 자비심이 있었습니다. 그 DNA를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습니다.
'행복한 동행'의 목표는 누구나 사랑 나눔에 동행하고 서로의 소중한 마음을 나누는 겁니다. 우리는 정을 나누고 싶어하고 남을 돕고 싶어하는 온정 세포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살기 바쁘고 삶이 빡빡해 잠시 잊고 살던 마음을 부드럽게 두드리는 일이 '행복한 동행'입니다.
이천 지역에서 시작되어 다른 도시로 퍼져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동참하는 분들부터 희망의 불씨를 품고 이웃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비노바 바베가 내딛던 발자국처럼 말입니다.
[ 이연실 경기참여연대 다문회 위원장 2000ilbo@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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