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지평 곡수천 범람 농경지 침수 피해...농민들 “미리 수문 열었으면 피해 덜했을 것”
농어촌공사 “70년 빈도 강우량 기록적 폭우에 구조물 걸려 수량 배제 능력 상실”
[배석환 기자]=김 씨 부부는 이번 폭우로 비닐하우스 17개 동이 훼손되고 농로 100여 미터가 유실되는 피해를 봤다. 상추와 적근대, 치커리, 청경채 등 이미 시장에 납품했을 쌈채류들이 수확도 하지 못한 채 물에 잠겼다.
송 씨는 “올해 모종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수확도 하지 못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1년 농사를 망친 셈”이라며 “곧 10월에 지급할 농지 임대료1,000만 원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 마을 이상관 이장은 “공사 측에서 수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더욱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김 씨 부부 말고도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20여 가구의 농경지 10만 여 평방미터와 비닐하우스 40여 동이 침수됐는데, 피해액은 추산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한국농어촌공사 양평·광주·서울지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폭우로 입은 피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9일 오전에 공사 직원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수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워낙 기록적인 폭우에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구조물들이 수문에 걸리면서 수량 배제가 안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수로 수문과 같은 우수저류시설 설계 시 곡수천의 경우는 50년 빈도 확률강우량(375.62㎜)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 해당 지역은 8일 오후 2시부터 이튿날 오후 1시까지 397.8㎜가 쏟아져 70년 빈도 확률강우량(396.36㎜)을 초과하는(수문 개방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송 씨는 “공사 측은 수로 감시원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느 감시원이 그동안 수문 개폐를 관리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면서 “직접적인 피해 원인은 이례적인 강수량에서 비롯됐지만, 평소 수문 관리 메뉴얼 조차 없는 공사 측의 안일한 대책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 측은 곡수천 상류 수문 유지·관리의 주체임을 인정하면서도 ‘건양식(수동으로 수문 개폐를 하는 방식) 수문은 과거 양평군청이 설치한 것이어서 공사 시설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식의 책임을 일부 회피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친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