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헌신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나를 가꾸는 것이 먼저요, 집안을 챙기는 것이 두번째요, 세번째가 나라를 생각하고 이후 천하를 꿈꿔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의 진정한 뜻은 약간 다른 의미가 있다. 약간 의역을 한다면 몸을 정갈히 하고 마음이 곧아야 한다. 그래야 가정을 올바로 이끌 수 있다.
또 몸과 집안을 잘 단속했다면 그만큼의 마음가짐으로 나라를 위한 일을 생각하고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깊은 속내가 잘 반영된 문구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불가의 가르침도 그러할진데 이 또한 모든 잣대의 옳음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경계의 말이기도 하다.
이 나라처럼 '봉사한다', '헌신한다'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국가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일을 해도 봉사를 하고 저일을 해도 봉사를 한단다.
사전적 의미에서 본다면 봉사라는 명사에는 크게 두가지, 그리고 사전적으로 되새겨볼 두가지 정도의 뜻이 담겨있다.
우선 봉사는 가장 많은 의미로 쓰인다.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애를 쓴다는 뜻이다. 받들고 따르면 그뿐이다.
사전적으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가 강조된 것을 보니 우리가 아는 그 봉사가 맞을 듯 하다.
다음으로 봉사는 시각 장애우를 가리킨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이 시각 장애우를 낮잡아 보고 지칭할 때 쓰인다는 것은 명심해야겠다.
봉사의 다른 의미는 웃어른을 받으러 섬김을 뜻하기도 한다. 효가 강조되는 대한민국에서 흔히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나름 이해가 간다.
충이 먼저냐 효가 먼저냐의 논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효가 먼저이고 충이 다음이라는 사람도 있고 충이 먼저고 효가 다음이라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충의 의미대로 마음을 다하고 중심을 잡는 사람이라면 때때로 가장 옳은 길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사전적 의미나 마음의 따름에 있어서와는 약간 다르게 '봉사하다'는 단어가 사용된다.
누군가 봉사한다고 할때는 이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가 정치적으로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른 의미는 커리어를 넘어서 진정으로 몸으로나 금전적으로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의 봉사가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첫번째의 봉사하다는 유독 티가나고 명함이 유독 자주 사용된다. 선거법상 활동할 수 없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례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기에 이 글을 쓸 필요가 없었지만 이 색안경 같은 '봉사하다'의 단어에 슬슬 국민들이 짜증을 내주길 바란다.
진정으로 봉사하는 분들께 이 글은 누가 될 것임을 잘안다. 사죄의 뜻을 이 부분에 적어 넣는다.
유독 대한민국에서 봉사하다와 정치하다의 연관성이 큰 것은 무엇때문일까. 바로 정치적인 전문성이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인맥 위주의 정치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정가에서는 이 부분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다. 한표를 행사할 때 "지역에서 봉사 안했잖아", "행사에 얼굴 한번 안비췄잖아" 등의 어법에 담긴 뜻이 그것이다.
이천 지역에서 한 지역 봉사 단체의 회원이 장애우 합창단의 공연에 앞서 연주복으로 갈아입던 회원들에게 "나가라"며 고압적인 언사를 사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4월26일에 있던 이 사건은 지역사회에 어떤 다른 의미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장애우의 사회진출과 완벽한 인격체로서의 길을 인도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의무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은 일반인들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닌 사회적 동반자로서 인격을 인정하고 약간 더 가진 사람으로서 손을 내밀고 함께 보조를 맞춰주는 마음가짐이 그 시작이다.
5월의 가정의달로 풍성함을 상징한다면 이보다 앞선 4월은 장애인의달이다. 가정의 달 앞에 왜 장애인의달이 먼저 이름을 새겼을까 의미를 되셔겨볼 일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동양의 지혜가 담긴 이 말을 마음에 돌처럼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미 던진말은 주워담을 수 없겠지만 그 말을 수천번 갈아 맑디맑은 새물이 될때까지 퍼내며 후후 불어마실 수 있을 정도의 꽃잎을 올려놓는 정성이 하나하나 쌓였으면 한다.
가정의 달과 부처님 오신날이 한달에 있는 이 5월에 온화한 미소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퍼지는 '봉사하다'의 의미가 더 커지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편지를 슬픈 비가 내리던 5월의 시작일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