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수 정치부장
벌써 삭풍이 옆구리를 치고있는 것을 보니 겨울, 그리고 아름다운 봄이 다가선 듯 설레면서 올겨울은 또 어떻게 나를 봄으로 이끌까 묘한 시간에 대한 기대감에 눈을 질끈 감아봤다.
내 입 주위에 미소가 흘렀는지 입꼬리가 치고 올라가 찡그린 상이 되어버렸는지 그것은 아주 찰라에 결정이 된다.
행복한 봄이 될지 매서운 겨울이 오래 지속될지 오늘 우리는, 우리가 부르는 시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지금 이 순간은 담고 있다.
현재는 흘러가, 그리고 사라진다. 나의 얼굴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라졌을까?
선문답 같은 이야기였지만 정치라는 것은 또한 그런 면이 있다. 도시든, 시골이든지 정치는 찰라에 사라져 버리는 표정처럼 변화무쌍하다.
졸고를 부탁받은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내년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낼지, 새로이 출항 고동을 울린 지역언론에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 이말이 생각났다.
찰라.
우연인지 같은 날 다른 하나의 사자성어를 보게 됐다.
불신불립(不信不立).
이 두 단어는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정치가 담고 있는 의미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독자든, 출마예정자든, 언론인이든 마음 속에 찰라라는 단어와 불신불립이라는 뜻을 새겨둔다면 고를 때도, 정치에 뜻을 세우든, 선거 취재든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긴다.
불교철학에서 찰나는 물질적·정신적 특히 정신적 현상의 순간적 생멸(生滅)을 설명할 때 쓰인다. 모든 존재가 찰나에 생멸을 계속하는 것을 찰나생멸이라 한다.
불신불립은 공자님의 말씀인 무신불립과 궤를 같이 한다.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는 뜻이다.
찰라와 불신불립이라는 단어를 정치 이야기에 끌어들인 것은 어쩌면 시의적절하지 않을수도 있다.
2014년 우리는 지방동시선거를 치른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기초의원 출신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에 감탄했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풀뿌리 지역 정가에 대한 관심과 지역일꾼론은 지역에서 만큼은 대세론을 넘는 또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내년 선거에서는 '세대교체론', '지역일꾼론', '큰인물론', '정권심판론' 등 다양한 화두가 각 당의 공천 심사와 선거전략으로 채택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역일꾼론만큼 흔들리지 않는 선거전략은 없다고 믿고 있다. 또한 그 믿음을 현실로 투영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기자'(記者)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 일꾼론의 핵심은 오랜기간 향토를 위해 봉사한 인물, 오랜기간 변함없이 지역을 지켜온 정치인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방선거는 유권자든, 정치인이든 변함없이 지역을 위해서 일할, 일해온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또 어필하면 되는 일이다.
변함없는과 찰라 조금은 달라보인다. 변함없는과 불신불립은 또한 왠지 어울려보이지 않기도 한다.
서두에 선문답처럼 던진 이야기는 정치인의 습성과도 상당부분 궤를 같이 한다. 자주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유권자들은 '대중 정치', '선동 정치', '미디어 정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찰라의 오만함과 찰라의 변화무쌍함에서 올곶은 지역정치를 지켜내야 할 책임이 지역언론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들어 지역 언론의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 막대한 인원을 투입해 지역정가를 면밀히 체크하고 그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바른 정치를 할 사람, 지역을 올바로 이끌 인물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또 돈이 없어서 인맥이 없어서 정치에 뜻을 두고도 그냥 꺾여버리는 인사도 새로이 발굴해 유권자에게 알려낼 필요가 있다.
언론들이 표방하는 '정론직필'에는 인내와 고난이 뒤따르는 법이다.
최근들어 1인언론이 대안언론으로 급부상하면서 선거 취재에 있어서도 1인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그 이유는 그들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인맥을 쌓았고 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문하고 반문했다.
매스미디어가 발발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유권자의 손에 들려지면서 이 실시간 정보와 가십 기사들은 힘을 키웠다.
이런 부분 때문에 거대 중앙지나 메이저 지방지가 겉핥기에 헤매고 다닐때 지역정치의 중심에 지역언론이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의 축제인 지방선거는 소규모 언론에게는 정론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독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유혹에 빠지기도 가장 쉬운 시기다. 그만큼 경계하고 경계해야 한다.
방법론적인 부분으로 이 '찰라'의 순간과 '불신불립'의 뜻을 어떻게 독자에게 알려낼 것인가는 오늘 새로이 출발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0년 넘게 경기도내에서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선거결과 예측과 유권자에게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점을 설정해봤다.
투표일 45일 전후.
이 시기가 되면 모든 캠프들이 준비 단계에 돌입한다. 마음이 급한 정치인은 벌써 사무실을 꾸리고 조금 늦은 정치인은 이 시기가 되면 지역인사들을 만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서두른다.
본인도 마감에 쫓기다가 선거 15일에 맞춰 필드로 나가본 적이 있다. 그럴 때 돌아온 것은 '선점 효과'에서 오는 쓰디쓴 낙종과 4년간의 험난한 취재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45일은 불신불립의 관점에서는 천천히 후보자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 기자는 캠프 구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아무런 제재 없이도 취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는다.
지역의 어떤 인사와 접촉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인물을 영입하는지 등을 보다보면 그 인사의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와 공약 이행도, 그리고 다양한 가십 기사들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후보캠프와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통한 부가적인 영업 활동 또한 가능한 시간대다.
선거 캠프를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대는 오전 6시에서 오전 8시 정도,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선거 취재의 중심은 보도자료가 아닌 캠프 내에서의 후보자 동선과 언사다. 그것만 봐도 타 언론사보다 정확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한 것이다.
내년 지방동시선거는 앞으로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동안 지역정치를 성장시킬 중요한 인물들이 대거 입문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한해다.
지역언론의 입장에서는 불황기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강자로 독자의 손발이 되는 회사들이 윤곽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볼펜을 들었든, 카메라를 들었든 아니면 정론직필하겠다는 마음뿐일지라도 즐겁게 지방선거를 맞이하면 된다.
찰라에 담겨있는 다른 뜻을 알려드리지 못했다. 정치인의 얼굴은 순식간에 바뀌고는 한다. 앞에서는 웃다가 뒤돌아서 권위주의적인 표정으로 변해버리거나 욕을 하는 정치인들의 상당수다. 본인은 항상 입구쪽이나 행사장 밖에서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있다. 참 많은 것을 보게된다.
캠프의 진실성 후보자의 다른면은 항상 문 밖에서 그리고 남들이 바라보지 않은 시간대에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찰라에 변하는 정치인의 얼굴을 섬세하게 체크할 수 있는 것이 또한 기자들이다. 글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정치는 오랜 세월동안 백성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을 근본으로 여겨왔다.
오늘 새로이 시작하듯이 마음으로 쓰기 시작해 마음으로 독자와 유권자를 만난다면 정치든 취재든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빛나는 내일을 믿으면서 박수를 쳐야 할 때다. '이제 시작이다!'